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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 이야기

47년 SOS어머니 삶 - 사랑에 대하여
홈페이지
 
작성일
2014-04-29
조회수
1,500
첨부파일1
 1387431786.jpg (94.5K) [2] DATE : 2014-04-29 16:05:51

제가 SOS어머니로 살아온지 벌써 47년째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38명의 자녀들을 키워왔고, 손주들이 무려 42명이나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저는 아이들이 SOS어린이마을에 들어오게된 이유, 아이들의 특성, 아이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깨알같이 적어나갔습니다.
 이제 저의 역사가 된 제 노트를 보고 직원들이 SOS어머니로서 살아온 삶에 대한 글을 써달라고 했습니다. 이런 부탁을 받고 곰곰히 저의 지난 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25살 때 저는 언니가 수녀원에 들어가면서 저도 수녀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예전 고향에 계셨던 신부님을 찾아뵙는 일이 있었습니다. 신부님으로부터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어머니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는 삶과 SOS어린이마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대구 동구에 있는 SOS어린이마을에 방문하여, 초대 원장인 하 마리아 여사를 만났습니다. SOS어머니에 대한 안내를 받으며, 점점 저는 SOS어머니로서의 삶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SOS어머니로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결심과 허락을 구하고 1966년 8월 31일에 25살 나이에 SOS어린이마을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11개월 동안 SOS어머니 지원자로서 수련을 받고, 1967년 7월 1일 SOS어머니로 임명을 받아 처음으로 3남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47년 동안 38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 하나하나 소중한 추억과 눈물과 웃음이 늘 있었지만, 그 중에 한 아이와 있었던 이야기는 잊혀지지 않는 일입니다.
 
1981년 인수라는 3살짜리 남자 아이가 우리 집에 왔습니다. 이 아이가 5살이 되던 무렵 하루는 아이가 자다가 다리가 아프다고 울어서 새벽 3시에 응급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정밀검사 결과 골수염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바로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1년6개월 동안 병원치료를 했지만, 아이가 느끼는 고통은 매우 컸습니다. 아이가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저는 진심으로 "하느님 이 아이를 낫게 해주십시오. 이 아이가 받는 고통을 제가 대신 받게 해주십시오." 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제 배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부모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그 때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저는 배가 당기는 기분이 들어 병원에 갔더니 난소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습니다. 3개월동안 요양을 마치고 돌아오니, 우리 인수가 기브스를 풀고 뛰어다니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골수염은 낫는다 하더라도 늘 다리가 부어있고, 양쪽 다리 길이가 1cm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뛰어다닐 수가 없다고 들었고 게다가 인수는 1차례 더 큰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너무 신기하여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 말씀이 "신기하게도 인수의 다리는 나은 것 같습니다. 어머니 이제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엄마로 느끼는 그 애절함을 몸소 체험했던 기억이 오래 오래 남아있습니다.
 
인수는 7살 때, 생모를 찾아 부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수가 11살 때쯤 부산에 볼 일이 있어 전화를 하였더니, 요녀석이 다섯 정거장이나 걸어서 나를 만나러 왔습니다. 왈칵 끌어안으며, 그동안의 안부를 묻기도 하며, 즐겁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어엿한 어른이 되어 열심히 잘 살고 있습니다. 아주 어릴 적 잠시 키운 엄마의 정이 그리웠는지 그 기억이 오랫동안 우리 인수에게 남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몇 년 전, 나를 찾아와 무릎을 베고 눕더니 "엄마 오래 사세요." 라고 합니다.
 
그동안 SOS어머니로 살면서, 아이들 때문에 마음 졸이고, 걱정하고 눈물을 흘렸던 일들이 무수히 많았지만, 아이들로 인하여 웃고 기뻤던 순간들도 참 많았습니다.
지금은 은퇴하여 할머니가 되어 이젠 아이들이 그리고 손자 손녀들이 저를 더 걱정해주기도 합니다. "엄마 밥 챙겨 드세요. 감기 조심하세요. 눈 오는데 미끄러질라 조심하세요. 용돈 보냈어요. 맛나는 거 드세요." 라구요.
 
 
- 박다남(대구SOS어린이마을 은퇴어머니)